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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은 지금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금융권 보안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는 망분리다.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나누고, 외부와 내부를 분리해서 핵심 시스템으로 바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오랫동안 금융권 보안의 기본값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금융 시스템은 개인정보, 계좌 정보, 거래 정보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네트워크 경계를 강하게 두는 것만으로도 공격면을 줄이는 효과가 컸다.

그런데 최근 흐름을 보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망분리를 없애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망분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환경이 이미 시작됐고 규제도 그 방향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쪽에 가깝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공식 자료를 기준으로 금융권 망분리 관련 동향을 정리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최근 동향 1: 보안 규제가 세부 규칙 중심에서 원칙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년 2월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금융보안 규제를 기존의 규칙(Rule) 중심에서 원칙(Principle) 중심으로 바꾸는 방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조문 몇 개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정해진 통제를 했는가"가 더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 우리 시스템의 위험이 무엇인지
  • 어떤 통제로 그 위험을 줄였는지
  • 사고가 났을 때 얼마나 빨리 복구할 수 있는지

같은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건 망분리 논의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이제는 "망을 나눴으니 안전하다"가 아니라, 망을 나눈 뒤에도 어떤 접근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구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동향 2: SaaS는 망분리 예외로 더 넓게 들어오고 있다

2026년 1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하면서, 금융회사가 내부 업무망에서 클라우드 기반 응용소프트웨어(SaaS)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망분리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개정은 2026년 4월 20일부터 시행됐다.

이 변화는 상징적이다.

왜냐하면 SaaS는 본질적으로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와의 연결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문서 작성, 화상회의, 협업, 인사·성과관리 같은 업무는 이미 많은 기업에서 SaaS를 활용하고 있는데, 금융권은 망분리 규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을 해왔다.

이번 개정은 그 현실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정리하면 지금 흐름은 이렇다.

  • 내부망은 계속 중요하다
  • 하지만 업무 생산성과 외부 서비스 활용 요구도 커지고 있다
  • 그래서 무조건 차단하는 방식보다는, 예외를 허용하되 보안 규율을 더 강하게 붙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즉 망분리의 경계가 무너진다기보다는, 경계를 유지하면서도 예외 구간을 더 정교하게 다루는 쪽에 가깝다.

최근 동향 3: 제로트러스트가 대안이 아니라 보완 전략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 흐름에서 자주 같이 등장하는 키워드가 제로트러스트다.

2026년 4월 금융보안원은 금융분야 제로트러스트 보안 안내서를 내놓으면서, 망분리 규제 완화 흐름 속에서 제로트러스트가 핵심 보안 강화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내서에서는 재택근무, 업무 단말, SaaS, 연구개발, 본점-지점 간 통신처럼 금융권에서 실제로 마주치는 5개 네트워크 구간을 중심으로 적용 예시를 제시했다.

이 문맥이 중요하다.

제로트러스트는 망분리의 반대말처럼 소개되기도 하지만, 지금 공식 자료를 보면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해석은 이거다.

망분리만으로는 부족한 구간이 생겼고, 그 구간을 통제하기 위한 보안 원칙으로 제로트러스트가 강조되고 있다.

즉 앞으로의 금융권 보안은

  • 네트워크 경계는 유지하되
  • 경계 안쪽 요청도 자동 신뢰하지 않고
  • 사용자, 단말, 서비스, 요청 목적을 계속 검증하는 방향

으로 가는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읽히는 현재 분위기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같이 보면, 현재 금융권 망분리 논의는 대략 세 가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망분리는 끝난 게 아니다

여전히 금융권 보안의 기본 축이다.
특히 핵심 데이터와 거래 시스템을 다루는 환경에서는 네트워크 경계를 나누는 통제가 사라지기 어렵다.

2. 하지만 망분리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업무가 늘었다

클라우드, SaaS, 외부 API, 생성형 AI, 원격근무, 협업 도구는 이미 업무 현실이 됐다.
이걸 전부 예외로만 막는 방식은 운영과 생산성 측면에서 한계가 커졌다.

3. 그래서 앞으로는 "경계 + 강한 검증" 조합이 더 중요해진다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무방비로 열어두는 게 아니라,

  • 사용자 인증
  • 단말 통제
  • 접근권한 최소화
  • 감사로그
  • 이상행위 탐지
  • 서비스 간 인증

같은 통제를 더 촘촘하게 넣는 방향이 중요해진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여기서부터는 공식 발표 그 자체라기보다는, 지금 나온 흐름을 보고 든 내 생각에 가깝다.

1. 망분리는 "있다/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예외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될 것 같다

앞으로 논쟁 포인트는 망분리를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업무와 어떤 서비스에 예외를 허용할 것이고 그 예외 구간에 어떤 보안 통제를 붙일 것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SaaS는 이미 예외 범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외부 개발 도구, AI 서비스, 협업 플랫폼, API 연계 시스템 같은 영역에서 비슷한 논의가 계속 나올 수 있다.

2. 네트워크 통제보다 접근 통제의 설명 책임이 더 커질 것 같다

예전에는 "망이 나뉘어 있다"가 강한 설명이었지만, 앞으로는 그걸로 부족할 수 있다.
대신 이런 질문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 누가 접근했는가
  • 어떤 단말인가
  • 어떤 데이터에 접근했는가
  • 그 요청은 왜 허용됐는가
  • 기록과 추적은 가능한가

즉 보안 설계가 네트워크 장비 중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과 IAM 구조까지 더 깊게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3. 금융권에서도 제로트러스트는 점점 "개념"이 아니라 "구현"의 문제가 될 것 같다

지금은 아직 제로트러스트를 방향성으로 설명하는 자료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구현 문제가 남는다.

  • 내부 서비스 호출을 어떻게 검증할지
  • 운영자와 고객 권한을 어떻게 나눌지
  • SaaS 예외 구간을 어떻게 감시할지
  • 단말, 계정,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접근을 어디서 연결해서 볼지

이런 질문들이 실제 프로젝트 설계로 내려오게 된다.
특히 금융 시스템처럼 민감한 데이터와 자금 흐름을 다루는 환경에서는 이 변화가 더 빠르게 체감될 것 같다.

내가 보는 핵심 포인트

이번 흐름을 보면서 가장 크게 남은 건 이 문장이었다.

금융권 보안은 망분리를 버리는 쪽이 아니라, 망분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구간을 더 세밀하게 통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네트워크 경계 자체보다도, 그 경계를 넘나드는 요청을 어떻게 검증하고 기록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이건 결국 개발자 입장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SaaS를 붙이는 문제, 내부 API를 여는 문제, 운영자 권한을 나누는 문제, 서비스 간 호출을 어디까지 믿을지 같은 것들이 전부 애플리케이션 설계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제로트러스트를 금융 시스템 설계 문제로 가져오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참고

  •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감독규정」 일부개정고시안 금융위원회 의결, 2025-02-05
    https://www.fsc.go.kr/no010101/83954

  • 금융위원회, 금융사들이 손쉽게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도록 망분리 규제를 개선합니다, 2026-01-19
    https://www.fsc.go.kr/no010101/86080

  • 금융위원회, 4월 20일부터 금융회사는 내부 업무망에서 클라우드 기반 응용소프트웨어(SaaS)를 보다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26-04-20
    https://www.fsc.go.kr/no010101/86745

  • 금융보안원, 금융분야 제로트러스트 보안 안내서 발간, 2026-04-09
    https://www.fsec.or.kr/bbs/detail?bbsNo=11923&menuNo=69